런던 시장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1월 22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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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351호 표지

영국은 테스코와 세인즈버리 등 세계적인 유통기업을 배출한 나라다 . 런던시내 런던 시장 곳곳에 대기업 슈퍼가 있고 외곽에는 대형 런던 시장 할인점이 성업 중이다 . 대형 체인점과 대기업 브랜드 상점들이 득세하면서 도심거리가 ‘붕어빵’ 거리로 변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판박이 기업형 유통망이 따라할 수 없는 멋과 매력으로 여전히 번성하는 재래시장도 곳곳에 있다 .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강 남쪽 서더크 지역엔 ‘런던의 부엌’으로 불리는 버러마켓이 있다 . 주빌리마켓 , 그린마켓 , 미들마켓 등 크게 3 개 구역에 130 여개 상점이 들어선 식료품 전문시장이다 . 11 세기 이전부터 런던브리지 밑에서 거래를 하던 상인들이 13 세기 이곳으로 런던 시장 옮겨오면서 상권이 형성되고 시장이 열렸다 . 18 세기 의회가 시장을 폐쇄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땅을 구입해 시장을 다시 열었다 . 이곳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딱 3 일간 열리는데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과 장보러 나온 시민들로 늘 북적인다 . 영국의 잘나가는 재래시장 , 버러마켓은 한국의 시장과 어떻게 다를까 .

첫째 , 시장의 상인들은 재료를 직접 생산하는 농부들이거나 도매상들이다 . 한국과 달리 젊은 상인들이 많다 . 유기농 생산자조합이 쓰인 앞치마를 두른 농부 출신 상인들이 직접 채소를 판매하거나 자신들이 만든 잼 , 소시지 , 치즈가 왜 맛있는지 ,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직접 재배하거나 사오는 재료들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기업 브랜드 식품을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 둘째 , 시장 내에 집객 ( 集客 ) 효과가 큰 음식과 음료가 풍부하다 . 식재료 시장이지만 각 국의 다양한 먹을거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상인들이 많다 . 영국 전통 음식인 피시앤칩스는 물론 스페인 음식인 파에야 , 독일 소시지 , 태국 커리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테이크아웃 음식을 판매한다 . 시내 유명 레스토랑과 커피 전문점인 몬마쓰 등이 들어서 있다 . 장을 런던 시장 보고 떠나는 게 아니라 먹고 마시며 잠시 머무르는 곳이 된 것이다 . 셋째 , 고객층이 다르다 . 한국은 중장년 주부들이 시장의 주류 고객이다 . 하지만 버러마켓은 음료와 음식 메뉴가 풍부해 지역주민 이외에도 관광객과 주변 사무실의 직장인 등 외부 고객들이 많다 . 점심시간에는 주변 회사에서 몰려나온 직장인들이 시장에서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음식을 사서 거리에 서서 먹거나 시장 옆 성당 마당의 벤치에서 삼삼오오 모여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넷째 , 디자인과 예술이 있다 . 버러마켓은 강변의 철로 밑에 들어서 태생부터 깔끔한 곳이 아니다 . 대형 주차시설도 없다 . 하지만 독특한 공공 디자인으로 시장의 우중충한 모습을 털어냈다 . 녹색으로 통일한 시장 시설은 19 세기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 골목 벽은 거리 예술가의 런던 시장 공공예술로 치장했다 . 시장에서는 거리음악가들의 공연도 종종 열린다 . 다섯째 , 공개 경쟁한다 . 버러마켓은 시장의 일부 가판을 새로운 상인들을 위해 제공한다 . 시장 측에 상인이나 판매하려는 상품이 기존 상인들과 어떻게 다르며 독특한 경쟁력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 시장 측은 심사를 거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여섯째 , 엄격한 품질관리다 . 시장 자체적으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상인들이 런던 시장 판매하는 식재료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맛까지 평가한다 . 표준을 지키기 어려운 영세 상인에게는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 시내 유명 레스토랑 주방장도 이곳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이유다 . 일곱째 , 자원봉사자가 런던 시장 이끄는 시장 거버넌스다 . 버러마켓은 비영리자선조직이 운영하는 런던 시장 독립시장이다 . 시장조직의 회장은 기업금융 분야 석사학위를 가진 사업가이며 이사들은 식품 관련 대학교수 , 공인회계사 , 국제금융 전문가 , 의료인 , 작가 런던 시장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 모두 자원봉사자다 . 실제 시장 운영은 전략 , 재무 회계 , 운영 , 마케팅 및 홍보 등의 각 분야의 전문 스태프들이 맡는다 . 여덟째 ,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 시장 홈페이지에는 시장에 찾아오는 방법과 지도 , 요일별로 문을 여는 가게 , 시장의 역사와 상인들이 공개하는 음식 레서피 , 시장의 이벤트 일정 등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 시장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무료 계간지인 ‘마켓라이프’도 발행해 배포한다 . 아홉째 , 시장 자체도 상품이다 . 버러마켓은 시장 자체를 마케팅한다 . 시장 로고가 들어간 장바구니 , 앞치마 등 각종 시장 기념품을 판매한다 .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과 유기농 채소 등 로컬 푸드 판매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전략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 열째 , 명확한 시장의 비전이 있다 . 버러마켓의 비전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품질 식재료 판매의 명성을 쌓는 것이다 . 매년 시장의 잉여 수익을 지역 주민을 위해 환원한다 .

재래시장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적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고 지역 런던 시장 주민과 소비자의 외면이다 . 버러마켓은 대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경험과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시스템을 구축해 그들만의 시장을 만들어냈다 . 위기의 한국 재래시장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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