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인 ‘갤럭시 워치’.
MZ세대 “웬만한 재테크론 내집 마련 못 해” 초고위험 선물·옵션에 ‘올인’
“투자로 진 빚만 거의 2억(원)이에요. 월급을 단 한 푼도 안 쓰고 5년 넘게 모아야 만회할 수 있는 액수인데 막막합니다.” 회사원 박모(38)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올 4월 처음 대표적 해외 파생상품인 나스닥100지수 추종 선물(先物·어떤 금융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일정 시점에 인도 또는 인수할 것을 약정하는 거래)에 손을 댔다가 반년 만에 이렇게 됐다고 했다. 파생상품은 주식이나 채권,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선물이 대표적인데 손실 위험이 크지만 반대로 큰돈을 벌 수도 있는 게 특징이다.
암호화폐에 몰렸던 개미들 방향 바꿔
박씨는 파생상품 투자 초기엔 기대 이상의 재미를 봤다. 1000만원가량의 원금이 한 달여 만에 8000만원이 돼 있었다. 박씨는 “지금 생각하면 초심자의 행운이라서 그때 (투자를) 멈추고 돈을 빼냈어야 했다”며 “순식간에 돈이 8배로 불어난 걸 보고는 눈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1억원을 넣었으면 8억원이 됐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박씨는 결국 예금 통장과 비상금을 탈탈 털고, 각종 대출까지 받아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올인’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그는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인 국내 파생상품과 달리,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 파생상품 중엔 수십 배의 레버리지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레버리지는 쉽게 말해 대출을 끼고 투자해 수익률을 몇 배로 VN30지수선물 이은 두번째 파생상품 - 인사이드비나 높이는 식이다. 선물·옵션과 같은 전통적 파생상품 거래엔 일반 주식 등 현물 거래와 달리 ‘증거금’이라는 개념이 있다. 예컨대 원금 1000만원을 증거금으로 걸면 1억원짜리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데, 이 상품이 20%만 올라도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은 2배인 2000만원이 된다. 거꾸로 상품 수익률이 -20%라면 빚이 1000만원 생긴다. 이때 레버리지가 고배율일수록 수익률의 변동성도, 투자자가 얻거나 잃는 금액도 한층 커지게 마련이다. 국내엔 2배 이상 고배율 상품을 출시할 수 없지만 미국 등 해외엔 3배 이상 되는 고배율 상품이 수두룩하다.
‘대박과 쪽박 사이’, 고위험·고수익 투자 분야 중에서도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런 해외 파생상품으로 국내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발걸음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개인 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액은 5115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1~8월(4454조원)보다 15%, 2019년 1~8월(2901조원)보다는 76% 각각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해 전체(1~12월) 거래액은 6580조원으로 3년 전인 2017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파생상품 거래액 증가세(1.6배)에 비해서도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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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email protected]
여기에 원자재·환율 등 각종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설계한 금융 파생상품을 더하면 해외 파생상품 투자 규모는 더 커진다. 김 의원실 집계치는 파생상품과 거래액의 범위를 증권사 등을 통해 발생한 선물·옵션으로 한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4~5배의 레버리지나 인버스(기초자산 가격 움직임과는 반대로 설정한 상품)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상품을 주요 근거로 추산한 수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건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인 20·30대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21~30세는 380조원, 31~40세는 990조원어치의 해외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21~30세는 807조원, 31~40세는 1679조원어치를 각각 거래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2%, 70% 거래액이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41~50세(VN30지수선물 이은 두번째 파생상품 - 인사이드비나 40%)나 51~60세(30%)의 거래액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MZ세대는 왜 해외 고배율 파생상품에 몰리고 있는 걸까. 이들은 크게 두 가지를 이유로 꼽는다. 하나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다. 결혼을 준비 중인 대학원생 심모(28)씨는 “이제 내 집 마련이 웬만한 재테크 수익률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 됐다”며 “해외 파생상품이 위험하더라도 기대 수익률은 상당히 높으니까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씨는 “막말로 해외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빚이 수천만원 쌓여도 삶이 여기서 더 크게 나빠지지는 않지만, 집 살 돈을 저위험·저수익 투자로 모으려 했다가 1년 만에 수억원씩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면 외려 훨씬 타격이 크다”며 “나처럼 생각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적잖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수수료 노려 과도한 마케팅
그래픽=이정권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 하나는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파이어족(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 경제적 자립을 달성해 조기 은퇴하려는 사람들)’의 사례다. 정년까지 일하는 것보다 빠른 은퇴 후 여생을 다른 관심사에 쏟으며 보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보는 파이어족이 주변에 늘고 있고, 일부의 실제 성공담도 접하면서 자극을 받았다는 게 MZ세대의 얘기다. 회사원 장모(36)씨는 “경제의 고속 성장기에 직장인이었던 기성세대는 (직장에) 목숨 바쳐 일한 게 자신과 가족한테 고스란히 이득으로 돌아왔지만, 저성장과 저금리에 익숙한 우리 세대한테는 딴 세상 얘기”라며 “회사가 언제 망할지, 내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마당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투자 수익을 극대화해 불확실한 미래 걱정을 떨치는 게 급선무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슷한 이유로 다른 고위험·고수익 투자 분야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도 몰린 바 있지만, 근래 들어서는 해외 파생상품으로 더 몰리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신규 가입자 수는 올해 2분기 들어 1분기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세가 최근 반등하기 전까진 수차례 폭락하는 등 고수익보다 고위험 측면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 초까지 호조세였던 국내 증시가 다시 지지부진해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파생상품 수탁수수료 수익을 염두에 둔 과도한 마케팅이나 투자 권유로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증거금 문턱을 낮춰주거나 수수료를 깎아주는 식으로 파생상품 영업에 집중하면서 개인 투자자 유입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 14곳의 해외 파생상품 수수료 수익은 2200억원대에 달했다. 이 밖에 서학개미 열풍을 낳았던 해외 증시가 미국발 긴축 우려 등에 최근 3개월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인 것도 파생상품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파생상품 자체가 단순히 고위험이라고 하기에도 미묘한 초(超)고위험의 분야인 데다, 투자 난도 역시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는 “파생상품은 이미 레버리지 효과를 내포했으므로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 투자해선 안 된다”며 “감당할 수 있는 선의 소액만 투자하고, 수익이 나더라도 바로 추가 투자에 나서는 대신 한걸음 물러서서 냉철하게 다음 전략을 세우는 식으로 승부해야 승산이 커진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교육원은 국내 파생상품 사전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이기 때문에 주식 거래를 하듯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투자하라는 의미에서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국가 공인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이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메뉴에서 파생상품 투자 자체를 선택할 수 없다. 교육을 받아야만 적격투자자가 되는데, 그렇다고 바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받고 난 다음에는 모의투자(모의거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역시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투자자들이 미리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HTS·MTS 메뉴에서 모의투자 이수 여부를 등록할 수 있다. 이용 중인 증권사나, 투자하고자 하는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를 통해 직접 모의투자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전교육과 모의투자는 1~3그룹으로 나눠 이수하게 하는데, 각 그룹마다 해당자와 필요 시간에 차이가 있다. 1그룹은 공격투자형 및 파생상품형 금융상품 거래 경험자다. 이들은 1시간의 교육, 3시간의 모의투자를 이수해야 한다. 2그룹은 공격투자형 및 파생상품형 금융상품 거래 미경험자다. 3시간의 교육, 5시간의 모의투자를 이수해야 한다. 3그룹은 공격투자형 미만 또는 1·2그룹임에도 만 65세 이상 고령자인 경우다. 이들은 10시간의 교육과 7시간의 모의투자를 이수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마치고 계좌 개설 후 10거래일 이상 또는 미결제약정 보유 후 선물·옵션 기본예탁금 2000만원을 걸었다면 모든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과정은 국내의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만 적용된다. 해외 파생상품 거래는 국내처럼 법적으로 사전교육이나 모의투자 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하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수수료와 상품별로 해외 거래소가 정한 증거금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해외 파생상품 투자 때도 개미들이 사전교육과 모의투자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파생상품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사전교육 등 위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호치민시증권거래소 CW 개시
[인사이드비나=하노이, 이희상 기자] 베트남 증시에 4일 국채선물상품이 상장됐다. 지난 2017년 8월 지수선물 출시이후 두 번째 선물 파생상품이다. 국채선물은 5년만기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국채선물 상장은 외국인투자 유입 촉진과 베트남증시의 위상제고로 투자자들의 수요 충족과 함께 위험회피(risk hedging)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응웬 너 퀸(Nguyễn Như Quỳnh) 하노이증권거래소 이사장대행은 하노이에서 열린 국채선물 상장식에서 “국채선물상품 출시는 파생상품시장의 상품구조 완성을 위한 것으로 국채시장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증시의 파생상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호치민 증시의 VN-30지수선물은 하루평균 거래량이 10만5,000계약으로 상장 2년만에 10배 넘게 늘어났다.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OI)는 2017년말 8,077건에서 지난 6월말 2만1,718건으로 2.7배 증가했다.
퀸 이사장대행은 "선물시장은 위험회피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잘 보여줬다“며 ”국채선물 상품은 증권관리당국의 평가 뿐 아니라 첫 번째 지수선물 상품의 운용경험과 평가를 기초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후인 쾅 하이(Huỳnh Quang Hải) 재무부 차관은 하노이증권거래소, 호치민증권거래소 등 두 거래소와 증권예탁결제원에 “시장을 잘 운영하고 특히, 새로 상장된 주식워런트증권과 국채선물 운영에 신경을 써달라”며 “정부가 세운 계획에 따라 신상품을 계속 연구하라”고 주문했다.
주식워런트증권은 말그대로 주식에 연계된 증권(Equity-Linked Warrant, ELW)으로 특정주식이나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해진 (행사)가격에 사거나 팔 수있는 권리(옵션)가 부여된 파생상품으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주식처럼 거래되는 상품이다.
주식워런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ELW 행사시 대상자산에 대한 수익을 지급할 수 있도록 발행금융사가 주식워런트증권 대상자산인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해 커버드 워런트(Covered Warrants, CW)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채선물상품은 다른 채권보다 상장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높다고 알려진 5년만기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초기단계에서는 기관투자가들만 거래하게 된다.
베트남 자본 시장의 또 다른 기회 VN30 선물 파생상품 시장 개장
거래 첫 주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선물 상품의 만기가 짧은 상품일수록 많이 거래되면서, 4개의 상품이 골고루 거래가 되었다. 첫 이틀간의 총 거래량은 1,102계약이며, 거래대금은 약 827억동이다.
선물 거래는 주식과는 달리 선물계약을 매수하지 않고도 매도 계약 만을 보유할 수 있으므로, 시장의 하락이 예상될 경우에 매도 계약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으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시장 하락 위험을 헤지(hedge)하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기관 투자자들은 선물 계약을 통하여 저비용으로 다양한 전략매매를 구사할 수 있으며, 증거금만으로 거래가 가능하므로 위험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기대된다.
상기 상품들은 선물 거래 인가를 받은 6개 회사(ACBS, FSC, HSC, VDS, VPBS, VCSC)에서 선물계좌를 개설하여 거래할 수 있으며, 계좌 개설 익일 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특별히 VCSC에서 사용하는 선물 매매 시스템은 베트남 현지 법인인 롯데HPT와 한국의 파생상품 솔루션 업체인 윈웨이시스템이 공동으로 개발하였으며, 한국에서 검증된 선물매매 시스템을 베트남 제도에 맞추어서 한글메뉴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하노이 거래소는 4개의 VN30지수 선물을 성공적으로 상장한 것에 이어, 국채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채권선물과 HNX30지수( 하노이 거래소에서 만든 대표 종목 30개로 만든 지수 )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 선물의 상장도 연내에 계획하고 있다.
지수 선물의 경우, 한국의 KOSPI200선물의 정산 방식과 동일하게 매일매일의 손익에 대하여 현금결제를 하며, 만기시에도 현금 결제를 한다. 반면, 채권 선물은 매일의 손익에 대해서는 현금 정산을 하지만 만기시에는 실물 채권을 인수도 하는 것으로 계획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상장이 된 선물 상품 이외에도 하반기의 커버드워런트를 시작으로 지수옵션 및 장외파생상품도 계획에 따라 준비되고 있으므로 투자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파생상품 시장 개척 의지는 향후 베트남의 안정적인 자본 시장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며, 투자자들은 더욱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VCSC에 시스템을 공급한 롯데HPT와 윈웨이시스템의 사례 처럼 증가하는 금융시스템 수요는 많은 유망한 한국의 금융 IT회사들이 전략적으로 VN30지수선물 이은 두번째 파생상품 - 인사이드비나 베트남의 파생상품 시스템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한가위가 코앞이다. 명절이 되면 주변 친척,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로 어떤 것을 구매할지 고민이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추석을 맞아 유통가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세트 트렌드는 ‘가성비’, ‘가심비’, ‘맞춤형’으로 나뉜다. 대형마트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성비’ 라인업을 내놓았다. 백화점은 반대로 ‘가심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나를 받더라도 만족할 만한 선물을 하는 구매층을 겨냥한 상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선물들도 눈에 띈다. 뻔하지 않아 환영받을 선물과 선물 구입시 유의할 점 등에 대해 알아본다.
◇건강·미용 선물 각광=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이지혜(37)씨는 올해 추석 선물로 양가 어머니께 스마트워치를 드리기로 했다. 이씨는 “매년 홍삼, 갈비세트 등을 드렸는데 올해는 건강이 염려돼 심박수와 운동능력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선물로 정했다”고 말했다.
30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판매 기간이었던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스마트워치·스마트밴드·무선이어폰 등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매출은 지난해 추석 선물 판매 기간 대비 48.1%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스마트워치 매출이 지난해보다 58.3% 늘었고, 스마트밴드와 무선이어폰 매출은 각각 45.6%와 51.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부모님 선물용으로 간단한 건강 상태 체크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기기를 찾는 고객이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집에서 간편히 외모를 관리할 수 있는 상품도 추석 선물로 인기다. 뷰티 디바이스 가운데 리프팅 기기, LED 마스크는 주로 어머니 선물로, 두피 관리기기는 아버지 선물로 선호도가 높다. 실제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판매 기간 뷰티 디바이스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59.6% 늘었다. 이는 올해 상반기 뷰티 디바이스 매출 신장률(21.3%)의 세 배에 가깝다. 같은 기간 안마 의자 매출도 전년 VN30지수선물 이은 두번째 파생상품 - 인사이드비나 대비 22.7%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부모님 세대가 늘어나 명절 선물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며 “고객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선물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대형마트·온라인 ‘가성비’= 치솟는 물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구매층도 많다. 마트는 이들을 위해 추석 선물세트도 가성비 높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전예약을 하면 추가할인이 주어지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알뜰족도 늘었다. 사전예약 땐 소비자들은 30~40% 수준에서 할인받을 수 있고 대형마트는 본 물량이 예측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1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부터 28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이 가운데 5만원 미만 선물세트는 전년 대비 35% 늘었다. 롯데마트는 사과와 배 선물세트를 3만원 이하에 선보이고 있는데, 사전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각각 300%, 100% 이상 뛰었다.
이마트 역시 같은 기간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이 전년 대비 47% 늘었다. 10만원 미만 선물세트 예약 비중은 90%에 달했고 올해 처음 선보인 선물세트 공동구매는 펀딩 시작 사흘 만에 완판되며 인기를 끌었다. 홈플러스도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업계도 이에 적극 대응하는 중”이라며 “여기에 할인혜택 등 사전예약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엔 개인 예약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지자체가 보증하는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경남도가 운영하는 e경남몰은 추석기획전을 열고 최대 40%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인 ‘갤럭시 워치’.
◇백화점은 ‘프리미엄’= 백화점에선 ‘가심비’ 제품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이는 상품들로,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물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다. 실제로 대표적인 프리미엄 명절 선물로 꼽히는 ‘한우’ 세트는 올해 설날 롯데백화점에서 판매된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2019년 설) 대비 1.5배 증가했다. 특히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세트는 2배 정도 더 큰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백화점은 트렌드를 반영해 이번 추석선물로 희소성이 높은 초고가 상품을 지난 설보다 40% 이상 대폭 늘렸다. 참조기10마리 세트로 구성한 ‘명품 영광 법성포 굴비’와 칠기 명장이 만든 자개함에 담아 선보이는 ‘정관장 다보록 천람’ 등이 대표 상품이다. 롯데백화점은 3000만원대 위스키인 ‘달모어 40년’과 1500만원대 ‘5대 샤또 그레이트 빈티지 기프트’도 한정 수량으로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고가의 과일세트 물량을 늘렸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을 염두에 두고 이번 추석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고급 과일을 준비한 것이다. 지난 추석 애플망고와 황금향 등 이색과일은 30% 비중을 차지했는데 올 추석엔 50%까지 확대됐다. 알찬 멜론 혼합세트(7만5000원~), 영광 망고 혼합세트(19만원~), 샤인머스캣·사과·배 세트(10만5000원~) 등도 준비돼 있다.
◇택배·상품권 피해 ‘유의’= 비대면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기쁜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이 잘못 도착하거나 분실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31일 추석 명절을 맞아 택배·상품권 관련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최근 3년간 소비자원이 추석이 포함된 9~10월에 접수한 택배 또는 상품권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각각 126건, 157건이다. 소비자 상담 건수는 택배 3658건, 상품권 9062건으로 이보다 훨씬 많다.
공정위는 “택배 이용이 집중되는 추석 연휴에는 배송 지연, 파손·훼손, 물품 분실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특히 올해는 추석이 일러 명절 선물로 선호도가 높은 신선·냉동식품이 배송 과정에서 부패·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주문, 배송해야 한다. 또 분쟁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운송장과 물품구매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보관해야 한다. 파손·훼손이 우려되는 물품은 완충재로 꼼꼼하게 포장하고 택배기사에게 ‘파손주의’ 고지하면 도움이 된다.
상품권을 살 때는 유효기간, 환급 규정, 사용 조건 등을 확인해야 한다. 구매한 상품권을 유효기간 안에 사용하지 못한 경우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구매액의 90%를 환급받을 수 있다. 추석선물 등을 목적으로 기업 간 거래를 통해 발행, 구입한 모바일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지나면 환급이 어렵다.
공정위는 “상품권 수요가 집중되는 명절에 높은 가격 할인을 미끼로 대량 구입, 현금 결제 등을 유도하는 수법은 사기일 가능성이 크므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이벤트 등을 통해 무상 제공된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1~2개월로 짧고 연장, 환급 등이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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